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생산 확대 경쟁에서 벗어나 투자 효율성과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거대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고가의 신규 장비를 도입하는 대신 투자 부담이 낮은 중고 장비와 유휴 자산을 유연하게 활용하려는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입니다.

 

서플러스글로벌 홈페이지

서플러스글로벌 홈페이지

서플러스글로벌(SurplusGLOBAL)은 중고 장비의 매입과 재판매를 넘어 소싱, 물류,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No.1 반도체 중고 장비·부품 통합 솔루션 플랫폼 기업입니다. 전 세계 팹(Fab)에서 수거한 장비를 해체해 부품으로 자산화하고 유통하는 것이 핵심 사업입니다.

하지만 장비를 해체하고 자산화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부품을 식별하고 시스템에 등록하는 과정은 수작업에 의존한 큰 병목 구간이었습니다. 마키나락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 AI 반도체 소부장 솔루션 기반구축 및 실증’ 사업의 일환으로 귀중한 산업 데이터가 수작업의 한계에 갇히지 않도록 AI Agent 기반의 정보 추출 및 지능형 매칭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며 경험한 치열했던 여정과 현장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부품 하나 등록하는 데 12일? AI 도입 전 프로세스

Before/After 프로세스 비교

Before/After 프로세스 비교

장비에서 해체된 수만 개의 부품을 시스템에 등록하려면 담당자가 일일이 명판(Plate)을 찾아 기록해야 합니다. 문제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촬영된 중고 부품의 명판은 기름때에 오염되어 있거나, 조명으로 인한 난반사가 심했고, 초점이 흐린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명판을 찾아 기록하고, 그 안의 문자열이 시리얼 넘버(S/N)인지 파트 넘버(P/N)인지 분별하는 것만으로도 수일이 걸렸습니다.

확인이 끝나도 과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파츠팀이 엑셀에 수기로 기록하면 DB팀이 기존 등록 이력을 체크하고, 다시 파츠팀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카테고리·사양 공백을 채우는 교차 검증이 뒤따랐습니다. 이 전체 공정에 평균 7일에서 12일이 소요되었습니다. 명판이 훼손되어 끝내 식별에 실패하면 고부가가치 부품임에도 폐기 처리해야 하는 자산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부품을 찾아내는 AI 에이전트 시스템

2단계 매칭 아키텍처 플로우

2단계 매칭 아키텍처 플로우

마키나락스가 구현한 솔루션은 명판 이미지 한 장을 입력하면 제조사·파트 넘버 등 정형 데이터로 자동 변환하고, 내부 DB 매칭부터 외부 웹 검색까지 스스로 수행해 표준 포맷으로 정형화까지 완료하는 AI 에이전트 시스템입니다. 사람이 한 개씩 순차적으로 처리하던 구조를 AI가 대량으로 병렬 처리하는 구조로 전환한 것이 핵심입니다.

시스템은 두 개의 모듈로 유기적으로 작동합니다.

  1. OCR 모듈: 명판 이미지를 맞춤형 전처리 파이프라인에 통과시켜 오염과 난반사를 보정한 후, VLM(Vision Language Model) 기반 OCR로 텍스트를 정밀 추출하고 LLM 앙상블로 카테고리를 자동 분류합니다.
  2. 검색·매칭 모듈: 추출된 정보를 1차로 내부 DB에서 정확도 매칭과 시맨틱 서치(Semantic Search)로 조회합니다. 내부에 없는 신규 부품일 경우, LLM 기반 웹 검색 에이전트가 외부에서 사양을 스스로 수집하고, 신뢰도 점수(Trust Score)와 함께 정형화합니다.

현업에서 인식 난도가 가장 높은 하드 케이스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발굴해 제공하면 마키나락스가 기술적 필터를 역제안하는 ‘순환형 피드백 루프’를 지속 운영하며 인식 정합성을 끌어올렸습니다.

성능을 어떻게 증명하죠?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던 것은 “이 모델이 정말 현장에서 쓸 수 있을 만큼 정확한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일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초기, 현장 엔지니어들이 요구하는 눈높이와 개발팀이 바라보는 지표 사이에는 시각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AI 모델의 성과를 측정할 기준, 즉 ‘정답지(Ground Truth, GT)’ 데이터셋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관적인 정성 평가만으로는 현업의 신뢰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우회하지 않고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실제 해체 프로세스에서 수거된 부품 중 2개 장비 분량의 전수 데이터에 대해 현업 전문가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라벨링을 진행한 ‘표준 GT 레퍼런스 셋’을 수립했습니다.

도메인 전문가들의 집단 지성으로 완성된 이 정답지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비로소 AI 모델의 성과를 소수점 단위의 수치로 객관화하여 평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채점 기준이 생긴 것을 넘어, 현장 사용자들이 AI 시스템의 결과물을 신뢰하고 업무에 전적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강력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 PM Insight: AI의 성패는 ‘정답의 기준’을 정의하는 데 있습니다
“산업 현장 AI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정도면 잘 된다’라는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정답지가 전무했던 척박한 환경에서 현업 팀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표준 GT를 수립해 주셨기에 비로소 현장에서 100% 신뢰하고 실전 투입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보안 폐쇄망 환경, 지속 가능한 AI 운영 체계까지

아무리 정확한 AI 시스템이라도 현업 담당자의 업무 동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한다면 실험실의 연구에 그치고 맙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루는 모델 수만 37,370개, 총 53,402장에 달하는 방대한 부품 데이터셋이었습니다.

특히 핵심 데이터 보호를 위해 시스템을 외부망과 격리된 폐쇄망(On-premise) 환경에서 운영하되, OCR 성능 극대화를 위해 정보 추출 단계에서만 API 클라우드 모델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구성이 필요했습니다.

마키나락스는 사내 온프레미스 환경에 자사의 쿠버네티스 기반 AI OS, Runway를 성공적으로 배포했습니다. Runway는 폐쇄된 보안 환경 속에서도 대규모 이미지 데이터와 수집된 정형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컨테이너 기반으로 AI 모델을 신속하게 배포 및 모니터링할 수 있는 든든한 뼈대가 되었습니다. 현업 사용자들의 다양한 워크플로우를 고려해 두 가지 처리 모드도 지원합니다.

  • 실시간 처리: 담당자가 현장에서 명판 사진을 업로드하면 즉각적으로 식별 결과를 화면에 반환합니다.
  • 배치(Batch) 처리: 대량의 장비를 일괄 해체할 때 발생하는 수많은 이미지를 한 번에 밀어 넣고 백그라운드에서 자동 연산합니다.

작업 생산성 50배 향상, 부품 자산화 프로세스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부품 자산화 공정에 다음과 같은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 소요 시간 단축: 주 약 300건 처리할수 있었던 환경에서 실증 과정에서 주 500건 이상 처리할수 있음을 확인하였고 시스템 안정화 이후 장비 1대당 기존 7~12일 걸리던 부품 확인 및 정형화 작업이 4~6시간으로 대폭 단축될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인력효율화 : 담당자들이 부품을 분할해 하나씩 순차 처리하던 방식에서 AI를 통한 대량 데이터 병렬 처리로 전환되었습니다. 해당 공정에 투입되던 인력이 6명에서 2명으로 감소했고 해당 인력 4명은 직무 전환 교육을 통해 고부가가치 직무로 재배치했습니다.
  • 자산 손실 차단: 사람이 직접 엑셀에 타이핑하며 발생하던 수기 입력 오류를 제거하고, 식별 불가로 인한 고부가가치 부품의 폐기 손실을 예방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증명한 제조 AX의 가치와 확장성

수작업과 구글링에 의존하던 공정에 AI가 들어오면서 달라진 것은 단순히 처리 속도만이 아닙니다. 기름때 묻은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산업 현장의 비정형 데이터가 비로소 검색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존재했지만 쓸 수 없었던 데이터가 쓸 수 있는 데이터가 된 것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출발점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서플러스글로벌과의 협업은 다음 단계도 설계되어 있습니다. 라벨이 아예 없는 부품도 외형만으로 인식하는 형상 이미지 기반 VISION 솔루션으로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중고 부품 마켓 플랫폼 ‘세미마켓(SemiMarket)’에 API로 연동해 글로벌 온라인 고객에게까지 가치를 확산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