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AI 도입을 고민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동작하고 성과까지 내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문제 정의부터 데이터, 시스템, 운영까지 모든 단계가 맞물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키나락스 ‘현장 노트’는 AI 프로젝트를 수행한 PM의 시선에서 산업 현장의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해결해 나갔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어떤 판단과 설계를 통해 실제 현장의 난제를 풀었는지도 함께 담았습니다.

AI가 대신 견적 내줄 수 있나요?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에서 RFQ(Request For Quotation, 견적요청서) 대응은 수주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프로세스입니다. H사는 고객사에게 도면과 함께 수주 의뢰를 받지만, 이를 분석해 생산 가능 여부와 적정 원가를 판단하는 일은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수작업과 담당자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RFQ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업팀에서 H사에서 과거 진행한 유사 도면을 찾아 일일이 비교해야 합니다.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각 생산 부서에 전달해 원가를 산정하죠. 이를 취합해 최종 견적가를 산정해 고객사에게 전달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요청이 몰릴 때 발생했습니다. 담당자의 업무 과부하로 견적 제출이 늦어지거나 동일한 사양임에도 담당자마다 견적가가 달라지는 편차가 발생했습니다. H사가 마키나락스를 찾은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파편화된 견적 프로세스를 AI로 표준화하여 대응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잡는 것이었습니다.

네, AI가 견적 프로세스를 재설계합니다

우리는 전체 견적 프로세스에 AI를 적용해 고질적인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첫째, 모든 형태의 견적 요청서를 표준 사양서 형태로 자동 변환해 AI가 실시간으로 기존 데이터와의 유사도를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듭니다.

둘째, 과거 유사 견적 매칭을 통해 기준 원가를 즉시 제시하고, 신규 도면에서 변경된 부분만 따로 추출해 산식화합니다. 이렇게 하면 담당자는 AI가 제공한 최종 견적 가이드를 검토만 하면 되므로 견적가 산정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RFQ 자동화를 위한 시작: ‘AI-Ready’ 데이터 체계 수립

전략을 실행에 옮기려 보니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H사의 수많은 도면과 견적 이력이 PDF와 엑셀로 파편화되어 있어 AI가 즉시 학습하거나 참조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PM Insight: “RFQ 자동화는 AI 모델 성능이 아닌 ‘데이터의 표준화’에서 시작됩니다. 모든 견적 도면을 표준 사양서 형태로 DB화하고, 도면의 형상 정보와 원가 이력을 1:1로 매칭하여 분석 가능한 ‘AI-Ready’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도면을 이해하는 VLM과 에이전틱 AI 구조

도면을 이해하고, 정리하고, 판단까지 연결해주는 AI

AI가 도면을 이해하고, 정리하고, 판단까지 연결합니다.

도면 기반의 수주 의사결정과 원가 산정을 자동화하기 위해 시각 정보와 문맥을 동시에 이해하는 VLM(Vision Language Model) 기술을 채택했습니다. 제조 도면은 수치, 기호, 주석 등 복잡한 엔지니어링 정보가 얽혀 있는 하나의 데이터 덩어리이기 때문인데요. 마키나락스는 약 4,500장의 PDF 도면을 VLM으로 정밀 해석하여 도면 내 사양을 파싱(Parsing)하고, 이를 벡터화하여 실시간 유사도 판별이 가능한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또한, 도면 해석부터 결과 산출·검증·시스템 연계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기 위해 멀티 에이전트(Multi-Agent) 기반 아키텍처를 구현했습니다. 사용자 요청에 따라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최적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방식입니다. 이 시스템 위에서 AI는 신규 도면 인입 시 실시간으로 유사 도면을 찾아내고, 과거 공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가이드 원가를 즉시 제시하게 되는 거죠.

2D에서 3D 도면으로, 현장의 변화에 응답하다

프로젝트 초기 H사로부터 제공받은 데이터는 대부분 2D 도면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 실사를 통해 최근 3D 도면의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으며 향후 메인스트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기존 계획대로 2D에만 집중했다면 프로젝트는 수월하게 끝났겠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활용도는 크게 떨어졌을 것입니다. 우리는 3D 도면 식별 및 분석 로직을 엔진에 추가 반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수차례의 기술 실험과 과감한 설계 변경을 단행했습니다. 새로운 데이터 규격에 맞춘 엔진 고도화를 거쳐 3D 도면 식별 및 분석 로직을 최종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리드타임 50% 단축, 견적 프로세스가 바뀌었습니다

H사의 RFQ 프로세스에는 다음과 같은 정량적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 리드타임 50% 단축: 견적 제출까지 평균 15일 소요되던 업무가 7일 이내로 짧아졌습니다.
  • 업무 효율 90% 향상: 도면 검색 및 반복 수작업 시간이 90% 이상 감소했습니다. 담당자들은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 업무 표준화: 모든 도면과 견적 이력이 DB화되어 담당자별 경험 차이에 따른 견적 편차를 수치화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의사결정 안정성: 담당자 개인의 경험치에 의존하던 수주 판단을 데이터 기반으로 표준화했습니다.

AI는 결국 ‘현장에서’ 완성됩니다

현재 솔루션은 H사의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키나락스에게 ‘현장에서 활용되는 AI’는 모든 프로젝트의 가장 기본이자 당연한 결과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업무 적용 후 도출된 각 팀의 세부 요구사항과 연계 기능을 포함한 서비스 고도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타 공정 및 공장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제조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는 더 앞선 솔루션이 되도록 최적화 단계를 밟아 나갈 예정입니다.

💡 PM Insight: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던 건 H사 임원진의 성공에 대한 강한 의지와 실무 담당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최종 솔루션에 대한 현장의 눈높이를 정확히 맞출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고객의 요구를 현장에 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마키나락스 개발팀과 공통 엔진의 안정화를 지원해 준 제품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솔루션의 최적화와 고도화를 통해 제조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되도록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