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은 이제 용접, 조립, 이송 같은 반복 공정에서 사람을 대신해 정밀하고 일관된 작업을 수행하는 핵심 생산 설비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로봇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감속기 마모, 모터 성능 저하, 센서 이상 같은 작은 이상 징후가 생산 현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집니다. 문제는 이런 초기 고장 징후가 외관상 쉽게 드러나지 않고, 실제 고장으로 이어진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번 테크블로그에서는 세계 4위 규모의 선박 생산 능력을 보유한 HD현대삼호의 조선소 용접 로봇을 대상으로 정상 데이터만으로 로봇의 고장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이상 탐지 모델을 개발한 과정을 공유합니다. 기존 One-class Learning이 왜 한계를 가지는지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의 물리 법칙을 모델에 반영한 접근을 소개합니다.
One-class Learning의 한계
기존의 용접 로봇 유지보수는 주기적인 점검이나 운영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고장을 사전에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로봇의 고장 이상 탐지는 다른 AI 모델과 달리 고장 데이터 확보 자체가 어렵다는 특징도 가집니다. 실제 고장은 발생 빈도가 낮고, 공장 설비에 의도적으로 고장을 발생시키는 실험 또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또한, 설비 마모나 부품 열화와 같은 복합적인 고장 현상은 데이터 합성만으로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상 데이터만을 학습하고 정상 패턴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이상으로 판단하는 One-class Learning 방식이 주로 활용됩니다.
One-class Learning의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정상 데이터의 분포를 학습한 뒤 이를 벗어나는 데이터를 이상으로 판단하는 Gaussian Model, KDE, One-Class SVM, Isolation Forest 등이 있습니다. 정상 데이터를 입력과 동일하게 복원하도록 학습한 뒤 복원 오차를 이상 점수로 활용하는 Autoencoder 기반 방법도 널리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모두 정상 데이터의 분포를 학습한다는 공통적인 한계를 갖습니다. 로봇 데이터는 작업 종류와 자세, 이동 방향 등에 따라 정상 상태의 분포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학습 과정에서 충분히 관측하지 못한 정상 패턴도 이상으로 판단하는 오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또한 데이터의 차원과 규모가 커질수록 학습 및 추론 비용이 증가하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로봇의 고장 이상 탐지에서는 특정 작업 상태에 의존하는 데이터 분포보다, 다양한 작업 조건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로봇의 물리적 동역학(Dynamics)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로봇의 물리 법칙을 학습해야 할까
본 프로젝트에서는 로봇의 물리적 특성을 반영하는 동역학 관계 기반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이 모델은 정상 상태에서 유지되는 구조적 관계를 학습함으로써 작업 조건 변화에 강인한 이상 탐지를 목표로 합니다. 동역학 관계 기반 모델은 로봇의 물리적 특성과 운동 방정식에 기반하여 고장을 탐지하며, 로봇의 작업 조건과 상태와 무관하게 일관된 성능을 보일 수 있습니다.
로봇의 동역학은 움직임과 그 움직임을 위해 필요한 토크(Torque) 사이의 물리적 관계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Euler-Lagrange Dynamics Equation으로 표현됩니다.

이 관계식에서 q는 관절 각도, q̇는 각속도, q̈는 각가속도를 의미하며, τ는 각 관절에 작용하는 토크를 나타냅니다. 정상 상태의 로봇에서는 이러한 변수들 사이에 관성, 원심력, 중력, 마찰 등의 일정한 관계가 유지됩니다. 반면 감속기 마모, 베어링 손상, 윤활 부족, 모터 성능 저하 등의 이상이 발생하면 동일한 자세와 움직임에서도 요구되는 토크가 달라지며, 결과적으로 정상 상태의 동역학 관계가 변하게 됩니다.
동역학 기반 이상 탐지 모델 설계
본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특성에 착안하여 각 축의 각도, 각속도, 각가속도 시계열 데이터를 입력으로 사용하고, 정상 상태의 토크를 예측하는 TCN(Temporal Convolutional Network) 기반 Predictor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TCN은 Dilated Convolution을 활용하여 장기간의 시간 의존성을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Causal 구조를 통해 미래 정보 없이도 실시간 추론이 가능합니다.

동역학 관계기반 Prediction 모델 구조
모델은 과거 일정 구간의 관절 상태 데이터를 입력받아 정상 상태에서의 토크를 예측하도록 학습됩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현재 시점의 값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빙 동작, 방향 전환, 가속·감속과 같은 시간에 따른 움직임 패턴까지 함께 학습하여 동역학 관계를 모델링합니다.
학습이 완료된 이후에는 실제 측정된 토크와 모델이 예측한 토크의 차이(Residual)를 이상 점수(Anomaly Score)로 활용합니다. 정상 상태에서는 예측 오차가 작게 유지되지만, 기계적 열화나 부품 이상이 발생하면 동일한 움직임에서도 토크 특성이 달라져 예측 오차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정상 데이터만으로도 고장 징후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게됩니다.
실제 조선소 용접 로봇에 적용해 보니
실제 해당 모델을 조선소 용접 로봇에 적용한 결과, 정상적으로 용접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이상 점수(Anomaly Score)가 일정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용접 중인 로봇에 외력을 가해 강제로 위치를 변경하는 등 고장 상황을 모사한 실험에서는 이상 점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모델이 정상 상태에서 유지되는 동역학 관계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상황을 조기에 탐지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동역학 기반 이상 탐지 모델은 데이터 분포 자체를 학습하는 기존 One-Class Learning 방식과 달리, 로봇의 물리적 동작 원리를 반영한 동역학 관계를 학습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특정 작업 패턴이나 자세 자체가 아니라 움직임과 토크 사이의 물리적 관계를 기반으로 이상을 판단하며, 다양한 작업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상 상황을 탐지할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인과관계 기반 이상 탐지 모델 CAROTS
동역학 관계 기반 모델이 로봇의 물리적 특성에 집중한다면, 변수 간 상호작용과 인과관계에 주목하는 접근법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CAROTS(Causality-Aware Contrastive Learning for Robust Multivariate Time-Series Anomaly Detection)입니다.

CAROTS 모델 구조
CAROTS는 개별 센서값의 크기나 데이터 분포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상태에서 변수들이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학습하는 모델입니다. 시계열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미래 상태를 예측하는 동시에 변수 간의 인과관계 구조를 함께 학습합니다. 이를 위해 정상 데이터의 인과관계 구조를 인위적으로 변경한 Negative Sample을 생성하고, Contrastive Learning을 통해 원본 데이터와는 가깝게, 인과관계가 훼손된 데이터와는 멀어지도록 잠재 공간(Latent Space)을 학습합니다.
학습이 완료된 이후에는 예측 오차(Prediction Error)와 잠재 공간 내 정상 데이터 중심(Centroid)으로부터의 거리를 종합하여 이상 점수(Anomaly Score)를 계산합니다. 따라서 CAROTS는 단순히 값의 변화가 아닌 정상 상태에서 유지되던 변수 간 인과관계가 변화한 경우를 이상으로 탐지할 수 있습니다.
로봇의 각도, 각속도, 각가속도, 토크와 같은 변수들은 독립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특성에 의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상 상태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감속기 마모, 센서 이상, 제어 성능 저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변수 간의 관계 또한 변화하게 됩니다. CAROTS와 같은 접근법은 이러한 관계 변화를 직접 탐지함으로써 기존 분포 기반 이상 탐지 모델이 놓칠 수 있는 이상 징후를 효과적으로 포착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 설비처럼 다양한 운전 조건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동일한 센서 값이라도 작업 상태에 따라 정상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CAROTS는 개별 변수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변수 간 상호작용에 주목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강인할 것으로 기대되며, 설비의 초기 열화나 복합적인 이상 상황을 탐지하는 데에도 향후 활용해 볼만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확인한 것
본 프로젝트를 통해 로봇의 고장 이상 탐지는 다양한 작업 패턴과 운전 상태로 인해 단순히 정상 데이터의 분포를 학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로봇 내부에서 유지되어야 하는 구조적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인 이상 탐지의 핵심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위해 동역학 관계 기반 모델을 적용하여 로봇의 물리적 특성을 학습함으로써 정상 상태의 본질적인 특성을 효과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변수 간 인과관계를 학습하는 CAROTS와 같은 접근법 역시 향후 이상 탐지 고도화를 위해 검토해 볼 수 있는 방향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정상 데이터의 분포 변화에 따른 오탐지을 줄이는 동시에, 부품 마모나 성능 저하와 같은 초기 열화 징후를 더욱 민감하게 탐지할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상 여부 판단을 넘어 설비의 상태 변화를 조기에 감지하고 유지보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반 기술로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다양한 로봇 기종과 제조 공정에 적용 가능한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